데뷔 10년, 그가 웃는 이유

10주년 콘서트의 두 번째 곡이 끝났을 때, 그는 마이크를 내리고 무대 가운데에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붉은 조명이 번지던 그 3초 동안 객석은 조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다들 소리를 내려다가 참았다. 그가 숨을 고르는 방식이 예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데뷔 초에는 벅차서 몰아쉬었고, 5년쯤에는 들키지 않게 삼켰다. 그날은 그냥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었다. 그러고는 웃었다.

그 웃음이 어떤 종류의 웃음인지 아는 사람이 그 자리에 만 명쯤 있었다. 카메라를 향한 웃음이 아니었고, 리허설에서 합을 맞춘 웃음도 아니었다. 3층 끝자리까지 눈으로 한 번 훑고 나서야 조금 늦게 도착하는 웃음. 팬들은 그걸 오래전부터 알아본다. 응원봉이 다시 물결치기 시작한 건 그가 웃은 다음이었다.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10년을 나란히 놓고 보면 목록이 재미있어진다. 바뀐 것 — 무대 의상의 어깨선, 머리 색, 고음을 처리하는 방식, 인터뷰에서 말하는 속도. 바뀌지 않은 것 — 안무의 마지막 여덟 박에서 왼쪽 어깨를 반 박자 먼저 떨어뜨리는 습관, 물을 마시고 병뚜껑을 두 번 돌려 닫는 손, 그리고 연습실 불을 제일 마지막에 끄고 나온다는 사실. 팬들이 10년째 같은 사람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근거는 늘 이런 사소한 쪽에 있다.

초창기 영상에서 그는 언제나 조금 앞서 있었다. 박자보다 앞서고, 카메라보다 앞서고, 자기 호흡보다도 앞서 있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를 볼 때마다 팬들은 아직도 화면을 향해 괜찮다고 말한다. 요즘의 그는 반 박자 뒤에 있다. 여유라기보다 선택이다. 뒤에 서 있으면 옆 사람의 숨소리가 들리고 관객이 어디서 웃는지가 보인다고, 그는 무대 인사 중에 지나가듯 말했다.

처음에는 무대에 오르면 눈을 감았어요. 지금은 다 보려고 해요. 다 보고 나서 노래를 시작해요.

10주년을 앞두고 팬들이 가장 많이 돌려본 건 대형 무대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다. 리허설 대기 중에 스태프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도넛을 반쪽만 먹는 40초짜리 영상이었다. 나머지 반쪽은 뒤에 서 있던 신인 댄서에게 건넸다. 팬들은 그 영상에 도넛 선배라는 별명을 붙였고, 그 뒤로 생일마다 도넛 사진이 타임라인을 가득 채운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다는 티를 내려고 언젠가 방송에 도넛을 두 개 들고 나왔다.

10년 차라는 말에는 이상한 무게가 있다. 축하와 걱정이 같은 문장 안에 들어 있다. 그도 그걸 아는 듯했다. 그래서 앙코르 직전에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오래 하고 싶어서 잘하려고 했는데, 요즘은 잘하고 싶어서 오래 하려고 한다고. 순서가 바뀌었다는 그 한마디에 어떤 구역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어떤 구역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두 반응이 동시에 나오는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그가 웃는 이유

10년 사이 그의 팬덤도 나이를 먹었다. 교복을 입고 첫 콘서트에 왔던 사람들이 이제 회사 연차를 써서 온다. 아이를 안고 오는 사람도 있고, 그때 같이 왔던 친구와 연락이 끊긴 채 혼자 오는 사람도 있다. 그는 그것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곡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멈추고, 이 노래를 아는 사람들은 이미 꽤 오래 버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 문장은 자기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그가 웃는 이유는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었다. 무대가 끝나도 다음 무대가 있고, 그 무대에도 같은 얼굴들이 앉아 있을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는 것. 데뷔 1년 차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3년 차에도 확신할 수 없다. 10년쯤 지나야 겨우 믿게 되는 종류의 사실이다. 믿게 되면 표정이 바뀐다. 그날 그의 얼굴이 그 증거였다.

공연이 끝나고 퇴장하면서 그는 무대 끝에서 한 번 더 돌아봤다. 이미 조명은 꺼졌고 객석은 반쯤 비어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돌아봤다. 우리가 그 뒷모습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같을 것이다. 아직 안 끝났다는 걸 서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10년의 첫 곡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그 무대의 예매 알림을 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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